자료원: <대전>, 황금가지, 2014년에 수록
리뷰: efremov
별점: ★ (별 다섯 개 만점 기준)
주의 : 아래 리뷰는 스포일러 있음. 아직 읽지 않은 사람은 돌아가기 바람.
양혜석의 <박사님의 우주전파>는 파랑새 이야기의 틀에 최초의 접촉이란 SF 하위 장르를 접목한 흥미로운 단편이다. 이 이야기의 화자는 인간이 아니다. 이미 외계인들은 우리가 지구 밖으로 보낸 전파를 수신하고 회신했다는 전제 아래 이중 일부는 그 발신원이 궁금하여 지구에까지 찾아온 상태다. 심지어 이 외계인들 중 한 사람은 세티 프로젝트에 관여했던 한 지구인 과학자의 조수로, 나머지는 이 과학자가 과학을 대중에게 친근하게 계몽하기 위한 대중강연 프로그램의 청중으로 위장하고 접근한다. 이야기의 화자이자 여주인공인 유코비 성의 왕녀가 지독한 말더듬이에다 인간관계가 서투른 지구의 이 과학자를 애정 반 근심 반 담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이. 다른 여러 별에서 찾아온 외계인들 역시 지구 방문 목적을 저마다 해소한다. 궁금증이 풀린 외계인들이 지구를 아직 자기네처럼 앞선 은하문명 구성원들에 포함시키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결론을 내릴 즈음 몰래 집에서 가출한 여주인공을 데리러 온 외계 흥신소 직원과 외계의 불필요한 지구 개입을 막아야 하는 입장인, 지구에 상주하는 은하연방 경찰 앤드로이드 간에 살짝 긴장이 감돈다.
어수룩한 과학자와 그를 풋풋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 주인공의 담백한 러브스토리가 전개될 것 같은 냄새를 폴폴 피우다가 실은 엉뚱하게도 과학기술적으로 하등한 지구 인류를 들여다보려 찾아온 고등문명 외계인 여성과 이 사정을 전혀 모르는 한 지구 남자의 서로 겉도는 이야기임이 밝혀지는 반전은 작가가 의도한 주요한 묘미일 것이다. 하지만 문장이 너무 평이하고 갈등이 밋밋한데다, 이를 보완해줄 캐릭터들 내면의 세계도 잘 들여다보이지 않는다. 아이디어는 호기심이 일법한 설정이지만 실제 창작된 결과물이 그다지 매력적으로 포장되지는 않아 아쉽다.
논리상으로 봐도 이 단편에는 한 가지 약점이 있다. 유코비 성의 외계인인 여주인공은 일찍이 세티 계획의 일환으로 지구에서 외계로 송출한 전파를 수신하고 회신을 보냈지만 멍청하게도 지구인들이 그게 답장인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녀는 회신을 보낼 때 어째서 인간들이 애초에 보냈던 특정 주파수대의 전파신호로 응답하지 않았을까? 인간이 보낸 주파수대의 전파신호를 수신할 여력이 되었다면 마땅히 그 대역으로 회신을 보내야 발신원에서 받아볼 수 있으리라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하지만 여주인공은 회신을 보냈지만 그 회신신호가 어떤 형식이었는지는 밝히지 않고 오로지 인류가 알아차리지 못했다고만 푸념한다. 평소에 다른 신호전달체계를 쓰기 때문에 인류가 받아볼 수 없었다면 어차피 인류의 주파수대는 눈치 채지도 못했을 게 아닌가. 이러한 부분의 설정에는 좀 더 고민이 필요했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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